日常的 이미지와 자유의 회구 
(Daily Image and Aspiration of Free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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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 철

서호갤러리 전시평론,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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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에는 작품마다의 첫 번째 인상이 있기 마련이며 어떠한 인상은 종종 그 작가의 여러 가지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중요한 것인 경우가 있다. 이은호의 작품에 대한 첫 번째 인상은 아카데미즘에 입각한 다분히 원리적인 직업이라는 것이다. 정확한 인체 묘사와 더불어 한겹 한겹 덧칠해 비로소 완성되기 마련인 채색화의 경우 작품에 대한 진지한 집착과 과정에서의 번거로움을 극복하여야만 한다. 동서융합(東西融合), 혹은 서체동용(西體東用)의 기류가 득세하고 있는 오늘의 세태에 비추어 본다면 작가의 작품에 대한 진지함은 도리어 의외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개별적인 개성의 표출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는 듯한 오늘의 상황은 우리를 학구적이거나 원칙적인 것에 익숙해지기 이전에 이미 다른 더 큰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은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아카데믹한 느낌은 작가 나름대로의 개성 표출인 동시에 작품의 호흡을 길게 해볼 수 있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 작가는 어쩌면 세계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 두둑한 배짱으로 앞으로 가야만 할 먼 길을 돌아갈 줄 아는 지혜를 이미 터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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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살펴보면 구체적인 인물과 이의 배경을 이루는 비구상적인 공간의 대비적 구성으로 기본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인물은 전통적인 설채법과 정확한 철선묘(鐵線描)에 충실한 것으로 바로 그녀의 작품들에 대한 일차적인 인상을 규정하는 아카데믹한 내용들이다. 일반적으로 동양 회화에 있어서 인물화의 요체는 전신(傳神)에 있다. 대상 인물의 외적 형상에 주의하기보다는 인물의 내면 세계의 표출에 더욱 주목하는 이러한 전신의 미학은 동양 인물화의 특징적 요소이자 서양의 인물화와 구별이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은호의 인물은 전통적인 동양적 전신론에 입각한 것이라기 보다는 근대적인 해석이 가미된 그러한 것이다. 인체 해부학적 지식과 정확한 철선묘에 의한 의술의 묘사는 인물의 전신에 주의하기보다는 일차적인 형상의 전달에 더욱 중요한 비중을 두고 있다. 여기에서의 인물은 단순한 개별적 주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설정한 상황의 전달을 위해 차용된 도구의 역할을 한다. 작가는 작품에서의 인물을 실재하는 현실의 이미지로 파악하고 이 인물의 배경 역할을 하는 비구상의 공간을 가상적인 이상의 부분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현실과 이상의 상호 대립적인 내용을 화면에 직접적으로 대비시킴으로써 현실에서의 괴리로부터 발언할 수 있는 대안으로써의 이상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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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의 묘사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철선묘에 의한 구독의 방법은 사실적인 형태의 전달에는 장점은 가지나 작가의 개성적인 감정의 전달에는 한계를 갖기 마련이다. 작가 역시 이 점에 주의하여 인체의 골격이나 의습 등의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선의 강약을 두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시도는 역시 철선묘가 갖는 한계 안에서의 소극적인 모색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작가의 욕구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 하다. 이에 작가는 과감하게 인체의 윤곽선을 흐트러뜨리는 변형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인체는 사실적인 형태의 한계를 벗어나 화면에 융합되고 있으며 이러한 결과 작품에서 인물이 담당하였던 이미지는 과거 아카데믹한 재현으로부터 적극적인 조형 언어로 전이되어 화면에 등장하고 있다. 작가의 이러한 변화의 모색은 숙달된 붓놀림을 통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그 가능성을 보는 이들에게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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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채색화에 있어서의 필선이란 그 주된 임무와 목적인 사물의 외곽을 결정하는 소극적인 것이었다. 흔히 점수(點數)라는 말로 표현될 정도로 번거롭고 번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전통적인 채색화의 경우 선의 기능은 나름대로 기능적인 면에 한정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사실적인 인물화에 있어서의 철선묘는 이러한 성격이 더욱 두드러지는 그러한 것이었다. 이은호의 경우는 바로 이러한 한계적 기능에 대한 적극적인 타개책으로 활달하고 분방한 필선을 화면에 도입하여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마치 수묵화에서의 그것을 연상시킬 정도로 자유스러운 필선의 과감한 모임은 채색화가 갖는 일반적인 선입관을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으며 과거의 아카데믹한 작업으로부터의 한단계 발전된 개성적인 조형으로써의 가능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이는 먼 길을 돌아갈 줄 아는 작가의 우직한 지혜에서 얻어진 소중한 내용이라 보여지며 앞으로 작가의 새로운 변신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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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더불어 이번 작품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의 단서는 이른바 과거의 작품들에서 보여지던 구체적인 것과 가상적인 것의 대립적 이중 구조의 해체와 새로운 공간 개념의 적극적인 도입이다. 이는 작가가 토로하고 있듯이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로 보는 동양적 사고에 입각하여 인간이 자연과 합일함으로써 현실의 고뇌와 가치기준을 폭넓게 수용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해석도 가능하지만 더불어 조형으로써의 화면에 더욱 주의하는 심미적 욕구가 앞서 있다고 보여진다. 이제 이은호의 작품에서의 주된 관심은 단순한 대립구조에 의한 이상과 현실의 대비라는 일차적인 단계에서 벗어나 형이상학적인 자유개념을 상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개념의 상정으로 이성적 화면은 풍부한 감성의 요소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작가가 이야기하는 꿈꿀 수 있는 무한한 희망의 개념으로써의 자연이라는 이미지의 전달에도 그 폭을 넓힐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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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서 우리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과거의 이중적 대립구조의 해체에서 비롯될 수 있는 이미지의 범람이다. 과거의 경우 화면은 가시적인 두 가지의 상황으로 쉽게 구별이 되고 이를 통한 이미지의 전달은 분명하지만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이러한 물리적인 구획지음이 해체되고 보다 큰 조형으로써의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상정할 경우 바로 이미지를 형성하였던 조형언어의 체계에 혼란이 있을 수도 있음은 환기되어야 할 문제이다. 더불어 과거의 반복적인 번거로운 작업을 통하여 형성하였던 화면질과 새롭게 도입되기 시작한 새로운 조형언어로써의 필선의 조화에 관한 것이다. 물론 작가의 경우 여류(女流) 특유의 섬세함과 치밀함으로 화면의 전체적인 정영에 성공하고 있지만 이는 면과 선, 필과 색이라는 또 다른 이질적인 대비로 새롭게 변신을 꾀하는 작가의 이번 전시에서의 관건적 내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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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는 그림을 그리면서 꿈꾸고 싶고 또 그림을 통하여 자유스러워지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하여 작가의 역량 확인은 물론 보다 자유스러워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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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Image and Aspiration of Freedom

A Contribution to art work of lady artist Lee, E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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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Sang-Chul/Art Critic

 

 

  It is a common and casual phenomenon that every art work has its intial impressions they would often contain in themselves a various things so vitally intergrated relative to their art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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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first impression of art work of artist Lee, Eun-Ho has inflected to the writer, as a whole, is that it was created through a fundamental artistic work based on academism. Along the realistic and accurate depiction of human body, in case of color painting, which is requires a stress of thick pigment painted superimposedly, one has to overcome all sorts of difficulties that may be encountered with during the process of artistic work toward completion, keeping a genuine attitude and affectionate tenacity to the art piece. The prevailing trends of today when the art world is largely influenced by the Western tendency along the mergence of the East and the West may, a view from a certain aspect, reflect us a certain impression of the genuine attitude of the artist as an unexpected one on the contrary. Today’s sit-uation of the art world that seems to have manifestation of individuality of each artist as his or her utmost artistic goal would not easily allow most of the artists to work on academic pursuance or to do something fundamental in their artistic activities, they may inevitably follow a rather greater objective.

 

  The implication and kind of academic feeling from Lee’s Art works would be part of manifestation of her own individuality, and in the same time it is one of the important features of her painting breathing rather in a good length of time. Probably, Lee has already prepared by herself with strongly assured self-confidence in taking a roundabout toward the remote route of journey, by being quite indifferent to her surrounding world, sagaciously.

 

  Taking a view over her art works her works are formed with a basic construction by a magnificently contrasted composition of an abstract space which consists of concretely described figures and their back scenes. The figures appeared in her paintings have been described along the traditional method of depiction and accurate ‘tieh-hsien-miao’ method of description which determines the first impression of her works with an academically implied versions. The cardinal point in Oriental character painting as a whole has been recognized as ‘Junshin’, an tableaux mostly inclined to an attempt to express mental or spiritual imagery. It is therefore emphasizing on the manifestation of the inner world of the object figure rather than its external contour of gestalt of the figure, thus the aesthetic value of ‘Junshin’ will be a static factor of the oriental character painting which clearly been defined from that of Western painting. Portrayal of artist Lee, Eun-Ho would rather be flavored with a contemporary interpretation of version then based on the traditional Oriental full-length figures. The mastery artistic skill in description of figure with anatomical knowledge and exquisite tieh-hsien miao method seemed that the artist has placed more emphasis on the representation of primary image rather than paying on a full-length figure in her art work. The Figure being represented through her painting skill would be remaining a mere subject matter of the art work as an individual object but also it plays a role of artistic tool being adopted by the artist in order to transmit the situation established by the artist.

 

  In this connection, the artist considers the figures appeared on the pictorial surface of her painting as images of real and existing persons and furthering her interpretation of the abstract space as a part of her own ideal as assumable. That is to say, by contrasting directly on the surface of picture the two confronting contents of reality and ideal, she has emphasized her own alternative of narration from the alienation of the reality and representing the images and ideas of her own.

 

  In delineation of figures, the method of stroke along the tieh-hsien-miao in general would have an artistic feature of representing a realistic imagery, but it would have a limit in delivery of an emotional aspect of the particular individuality of the artist. Also, in this respect, the artist has paid an unusual attention in expressing an artistic dynamics upon the important portion such as structure and costumes in order to give an additional variety in delineation. However, the pursuance of variety such as this is not more a negative attempt within the limits of tieh-hsien-miao method and thus she could not reach to the extent of her artistic desire basically. In this respect, the artist drastically attempted to crate a transformation in her painting by breaking down the contour lines of a figure. In this result, a character portrait would be delineated in a simple contour apart from the range of realistic image, and the image of figure appeared in the painting represents an aggressive formative version from the academic representation on the past. Her pursuance of changes in her art work has successfully and magnificently appeared to the eyes of viewers as much more concrete possibility of her promised tableaux through her unrestrained and skillful delivery of brush.

 

  In fact, what we call ‘tieh-hsien-miao’ in color paintings was fundamentally a negative method which determine the external delineation of a contour of an object as its key roles and purpose as well. In the case of a traditional color painting which requires a complicate and troublesome process of work so much called as a number of stroke, the line function is usually restrained by the function of itself. Especially, in the case of tieh-hsien-miao for a realistic character portrait would be much more remarkable of this point. In the case of artist Lee, Eun-Ho, she has infused a vibrant strength into her paintings by applying active and busy delivery of brush as a method of breakthrough against the restrained function. The collective lines conspicuously delineated on the pictorial surface by her unrestrained delivery of brush which give is an associated image similar to that of Indian ink painting, and wonderfully has surpassed an ordinary preconception of colored pictures, and contained a considerable possibility as a one-stage advanced formative work based on her individual traits. This is seemed to be the result of her enduring effort to take a remote roundabout by her simple and honest wisdom so valuable for her art work, and also it will be one of the potential fac-tors assumable of her future transformative. Along these facts, a clue of new changes possibly found from her recent works are the very dissolution of the two confronted and dual structures of concrete and assumed factors and a positive introduction of a new concept of space, As the artist revealed, based on the Oriental traditional concept that human also is a part of nature, the original theory and interpretation of the broad recognition of the agony in the reality and the criteria of value by mergence of human and nature together. However, in addition to the above, it was derived from her own aesthetic desire so attentive to her picture space as formative work. The main interest in the art works of Lee, Eun-Ho at present is apart from the primary stage of contrast of ideal and the reality by a simple confronting structure, but has successfully symbolized her own concept, and successfully be able to broaden the range of delivery of image of nature of which she can narrate and dream and infinitely aspire. However, the writer is now forced to point out a few problems. Most of all, it should be pointed out the possible overflowing of images caused by the dissolution of the dual and confronting structure in the past In the case of past, the picture surface of her painting could easily be defined into two visual situation from which the delivery of image could be clearly done.

 

  However, now, it is considerably restricted. Another problem to be indicated is that in case the method of physical partition off is dissolved and assumes a metaphysical concept as a larger plasticity, there would occurs a confusion in the formative language system which had formed the images. In addition, it is also mattered point to be indicate that the combination of the quality of pictorial surface formed in the past through her complicate and troublesome process of art work and her newly adopted method of delineation as a new formative language. Although the writer would admit that the whole surface of picture is fully represented with a particular exquisiteness and delicacy of a lady artist, through the prospective individual art exhibition, her art works will demonstrate her newly transformed art work by another alien contrasts of plane space and line and brush and coloration. Lee said that she would want to dream while she engages in art work, and through her paintings she wants to become herself absolutely free. We, therefore, may be able to confirm her appearance so free from her bondage of the painting of the past as well as witnessing her mastery skill and painting technique through this opportu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