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섭(申恒燮)  미술평론가

서호 갤러리 전시 평론,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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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화 화단에서는 “한국성(韓國性)”에 대한 다양한 개념 제시와 함께 그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어쩌면 논의의 대상조차 될 수 없는 이 같은 문제가 새삼 화단의 최대 이슈로 등장한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간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타성적인 작업을 해왔다는데 대한 자성의 표현이란 점에서 누구에게나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은호(李銀鎬) 또한 신세대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입장에 있다. 무엇보다도 공모전을 통해 착실히 작가적인 역량을 쌓아온 그로서는 이제는 홀로 서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자각과 함께 맞이한 과제이기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서 작가적인 독립을 선언하는 셈이 된다. 공모전의 몇 차례 입상이 작가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였다면 개인전은 한 작가로서의 입지를 결정짓는 또 다른 도전인 것이다. 다행히 그는 통과의례 과정에서 신뢰할 만한 작가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일에 매달렸고, 그 결과가 이번 개인전에서 보여지게 됐다. 그에 대한 작가적인 신뢰는 사실적인 형태 묘사에 의한 인물화에서 한 작가로서의 독립성을 인정받기에 충분한 성과를 얻었다는데 모아진다. 학구적인 태도로 일관했기에 그는 대상에의 치밀한 이해 및 분석의 시각을 갖게 됐고, 감정 및 의식을 임의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미적 판단력을 갖게 되었다.

 

  특히 형태의 변형 및 왜곡이라는 독자적인 조형 감각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설득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는 견고한 조형성을 위해, 즉 자기만의 조형 언어를 탐색하기 위한 준비였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작가적인 연습은 그 자신의 일상적인 삶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감정 반응 및 그에 따른 문제 의식으로 점철됐다. 여기에서는 필연적으로 개인적인 감정 및 심리 상태에 대한 표현, 그리고 인간과 사회라는 문제를 내세웠다. 따라서 인물이 주제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인물화는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위해 기능하지 않는, 명확한 자의식을 지닌 존재로서 다가선다. 다시 말하면, 인물의 표정 및 동작을 결정짓는 상황 설정에서 필연성을 찾고자 하는 뚜렷한 작가 의식을 대변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상황 및 이미지를 통해 인물의 내적인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심리적인 상태가 상황 묘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서 내세우는 주제 의식이나 표현 감정은 대부분 그 자신의 작가적인 시각 안에 거주하는 개인사적인 체험과 유리될 수 없는 것들이다. 소박한 일상사들로 꾸며지는 얘기들인 동시에 거기에서 느끼고 지각되는 개인적인 체험에 의한 고뇌이자 갈등의 표출이기도 한 것이다.

 

 사실적인 표현의 인물과 그에 대응하는 추상적인 이미지 또는 생략적인 상황 묘사는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보여준다. 인물이 2,3명 이상이 등장하는 화면에서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인물들의 위치 및 상황 설정에서 얼핏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복층구조의 작품은 대부분 사회적인 문제를 표현하고 있다. 가령 개인적인 고독이나 소외가 사회상과 결부되어 나타나는 식이다.

일상적인 얘기들에서 모티브를 찾고, 거기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감정 및 의식등의 내적인 세계를 암시적이고 은유적인 수사법으로 묘사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그는 개인적인 내면성을 물론이거니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위치와 역할 등 사회성에 대한 시각을 갖게 된 셈이다. 이 같은 작가적인 의식 및 관점은 기성세대를 응시하는 젊은이로서의 도전 의식에서 비롯되었으리라. 그 자신의 개인적인 시각의 변화인가, 아니면 의식의 심화인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최근 작품은 인간과 자연이라는 문제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그 자신의 미의식 및 미적 감정의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또는 미적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라고나 할까.

 

  여전히 인물을 사실적인 수사법으로 등장시키면서 꽃과 풀, 새 등의 자연적인 이미지를 결합하는 이미지 구성 방식에 매료되고 있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그 자체가 조형적으로 미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는 각 소재들이 지닌 미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미적인 요소를 파기하는 복합적인 이미지 조합 방식을 통해 새로운 미적 가치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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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까지의 작품이 감정의 직접적인 분출을 절제하고 억제해왔다면 최근 작품에서는 미의식 및 감정 표현이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명확한 주제 의식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순수 조형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작가 의식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다. 최근 작품은 이미지 혼합 방식으로 인해 시각적인 이해가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처럼 분방한 표현적인 이미지 속에서는 감정의 움직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색채 감각에서도 대담한 면을 보게 된다. 보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진채의 채색 기법은 확실히 감정의 폭이 크게 느껴진다. 평면적인 색면 대비를 의식한, 채도가 높고 명도가 낮은 진채 기법에 의한 이미지 구성 방식의 작품에서는 자기 색에 대한 강렬한 욕구가 감지될 정도이다. 색채는 표현 감정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물상의 견고한 사실적인 형태를 규정하는데 그쳤던 먹의 대담한 활용이야말로 색채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간 채색 기법으로 일관해온 그의 색채는 화선지에 밀착되고 있다.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색채가 나올 때까지 반복 중첩되는 수간채색의 깊이감은 아크릴릭과 같은 재료가 따를 수 없는 것이다.

 

  자유로운 선의 유동과 이동, 그리고 변화는 미의식을 개방시키는데서 온다. 흔쾌한 감정의 표출이 지어내는 자유로운 구성의 이미지는 사실성과 추상성의 혼재로 인해 복잡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시각적 쾌감이라는 미적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 거기에는 또한 인물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가던, 주제 의식의 불명확성이 들어서지만 감성의 해방이라는 반대급부적인 성과가 기다리고 있다. 꽃, 풀, 새 등의 자연적인 이미지가 서로의 존재성을 파괴하고 화합하면서 인물의 화면구조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연의 일부로서의 자연, 거기에 동화될 수 밖에 없는 유한적이며 무상한 존재로서의 인간의 이미지는 우리들 자신에게 새삼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그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항시 화두처럼 간직하고 있는 「한국적인 그림」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한번도 정면으로 “한국성”이란 문제와 대면한 일이 없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주어진 전통 재료에 탐닉하면서 자기 자신의 미의식 및 미적감정에 진실하고 충실해왔기 때문이다. 서구 미학에 경도되는 현실을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체질의 소유자는 아닐까. 재료는 화가의 감성에 변화를 준다. 서구 재료를 사용했을 때 서구식으로 감성이 변화해 간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작가는 흔치 않은 것 같다.

 

  이은호에게 거는 기대는 그 같은 시대적인 흐름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자의식으로 스스로의 미적 가치를 생산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으리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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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ormative Work of Self-Conscious Imagery

A Contribution to Lee, Eun-Ho’s Pictorial Space and Fig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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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 Hang-sub/Art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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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cently, there are arguments in the Korean art world of about ‘Korean cultural identity’ along the presentation of various concept and definition and its methodology, etc. It is in fact a ridiculous phenomenon that this issue was appeared to be concerned and discussed as one of the huge topics in the Korean art world, otherwise this kind of matter would be tiny rate a subject of discussion in someway or other. However, it is a matter of fact that this issue has been accepted by most of artists we a serious immediate problem as a part of their introspection for their long accustomed practice in art work without being convinced of their own identity and what they should do.

 

  As one of the artists of the new generation, artist Lee, Eun-Ho has an inevitable standpoint hardly avoiding from the realistic issue. Most of all, through public subscription art exhibitions, she has steadily accumulated an artist career, and thus she would have no alternative but to fact at the question seriously along the consciousness at the time of her build-up of independent art world.

 

  Through her current individual art exhibition, she would declare for beginning herself to be self-independent artist having build up particular art world. If her successful selections in a several public subscription art exhibitions had offered her to take up art, her individual exhibition has offered her to work on another challenge to secure herself to become a distinguished artist.

 

  Fortunately, she has succeeded in becoming a recognized artist by building up her image as an artist with full trust of the public in the process of the refinement of her artistic skill in her early period of discipline, and the result of her work could be brought in the light and sight of the public through this exhibition. The higher evaluation and the aesthetic value of her art works can be sufficiently attributable to her mastery skill in delineation of the image of objects as they really look, and secured an immovable position among the artists of figure painting. As she has concentrated her effort in an academic pursuits persistently she could have a rare insight in comprehension of the object and analytic view plus an aesthetic judgment automatically adjustable the sentiment and consciousness.

 

  Especially, she has successfully attained a persuasive ability acknowledged from her exclusive formative sense in the realms of the transformation of gestalt and distorted image making. That is to say she has prepared all these factors as an artist in order to keep on her own formative version.

 

  Lee’s artistic discipline were studded with the casual scenes and affairs in her everyday life and the surroundings integrated with her emotional reactions and consciousness of problem. She has inevitably represented in her painting the extraordinary factors such as personal emotional aspects and expression of psychological condition and those issues relative to man and the society. Therefore, the figures appeared on the surface of picture is playing a role to draw out the themes of her paintings.

 

  Lee’s figure painting objects approach the viewers with clear self-consciousness, not merely functioning as a beautiful object. In other word, her painting advocates her consciousness as an artist who seeks inevitability in establishment of an artistic situation determining the facial impression and behavior of the character.

 

 Through the visual and realistic situation determining the facial impression and behavior of the character.

 Through the visual and realistic situation and images, she has magnificently worked out the transmission of the inner emotion of the figure appeared in her painting.

 

  As a matter of fact, in her paintings, there are indirectly described psychological conditions of the figured through the visual and realistic situation and image. The consciousness of subject matter and expressed emotional evocation are by no means apart from her personal experience existing her own range of sight as an artist. They are simple stories of everyday life and affairs, and in the same time, they are also the objects of manifestation of her own agony and complications related closely to their own experience being felt and perceived.

The substantial and realistic depiction of figures and the similar abstract images or the omitted description of situa-tion has apparently revealed the psycological complications of the figure painted. In the painting where more than two or three figures appear such the situation would become complicated. Often we may hardly find the correlation at a glance of the position of figures and establishment of situation. The complex-structured art works such as hers would mostly contain social issues. For example, a personal feeling of loneliness of sense of alienation would often be manifested in realation with matters of issue of the society. Her paintings are featured by particularly suggestive or metaphoric descriptive method in manifestation of the inner world including findings of the motives of everyday life stories and the emotion and consciousness of the figures existing in the stories and casual affairs.

 

  In this process of Lee’s art work, she has been impressed to us that she has attained and prepared her personal inner world, the sense of role as a member of the community she lives in and decent views of the sociability, and her artistic consciousness and point of view may be largely attributable to own challenging consciousness as a young lady artist, staring at the readily formed generation. However, it is apparent that her sight toward the world has been changed somehow by her individual visual angle were changed, of if not, her consciousness has been deepened.

 

  As to her recent art works, she has turned her visual line to the themes of man and nature. Her changes such as this would simply is the maturity of her aesthetic consciousness and emotional aspects. Or, it may be her intended presentation of a fundamental issue related to aesthetic value.

 

  She has represented the figures in a realistic descriptive manner as in the past, and in addition she has been enchanted with the method of construction of image which is directly connected with those objects such as flowers and grasses and birds, the natural images at large. The motifs she has adopted in her paintings have totally a strong aes-thetic image in formative form. However, it is noticeable that she has been pursuing a new aesthetic value through combination method of the complex images which evade the aesthetic factor rather than attempting exposure of the aesthetic aspect of each object.

 

  If she has had hitherto restrained and depressed directly her emotional gushing in her art work, in her recent works reveals a vibrant progress of the aesthetic consciousness and emotional expression. Among all others this changes would be attributable solely to her intentional changes in her own consciousness to realize the pure formativeness by free herself from the obsession against the apparent concept of subject matter. It is apparent that the viewers of her recent works may have, much or less, difficulty in comprehension of her works due to the image combination method she adopted. Nevertheless, we would find a vibrant activation of emotional move within the images being represented unrestrainedly.

 

  Not only the changes in her art work as mentioned above, but also we would find a traits of the bold touch in her sense of color.

The coloring technique Lee has applied across the picture surface has become strikingly positive and challenging, which impresses the writer that the width of her emotional range has definitely expanded. Viewing the particular combination of the thick density of color with less brightness in a sense of arrangement of color contrast on a plane surface, the method of composition of image across the surface implies her intensive desire to tenaciously maintain her own art world through the art works.

 

  Coloring in art work can defined as a face that reflects emotional expression. A bold application of delivery of brush, which has been applied to a mere delineation of a rigid looking contour, will become a vital source of strengthening color images. The repeated coloring she has consistently kept on is adhered closely to the surface of Korean drawing paper. Until an acceptable color is created, the repeated coloring technique is applied fervently and superimposedly, resulting that the feeling of depth may be unrivaled by such pigment as acrylic.

 

  The flow and transition of the unrestrained lines and the fluctuation of her works is intended to evoke an aesthetic consciousness. The image of composition derived from a through manifestation of the grand sensibility has become complicated due to the combined images of abstract and concrete descriptions. Nevertheless we may not fail to notice the aesthetic value of a visual pleasure in her art works. Also in her paintings, though uncertainty of consciousness of subject matter being led by the figures there exists a reciprocal response such as liberation of sensitivity. The natural images of the objects, such as flowers, birds and grasses would ruthlessly destroy the existence the other objects each other and instantly combined together to become a part of the pictorial surface partly occupied by figures. The nature, as a part of nature, there in the nature lies an image of man with implication of a limited and transient his existence, and this image of man would lead us to a profound contemplation of the meaning of our life.

 

  Through these precesses of art work, Lee has attempted and performed solutions of the problem relative to ‘paint-ings of Korean cultural identity and tradition’ which she would constantly kept on in herself as a keynote of topics. She might not have time that she typically posed to face at ‘Korean identity’ in the past. Because, along the progress of her art work, she has maintained her own aesthetic consciousness and value, faithful to her aesthetic emotion and has been truly devoted in the work to realize her artistic ideal. Thus, the writer infers that she has an aboriginally particular physical constitution that is hardly accepting the reality inclined to the Western aesthetics. The painting materials and objects and motif would cause a change to an artist’s sensibility. When one is applying the Western painting materials, an artist may have a transition of his sensibility inclined to the traits of Westernized sensibility. There is not so many artists who comprehends this kind of tendency. The writer’s expectation to Lee, Eun-Ho is to keep on the unchangeable and firm self-consciousness against the flow of the tide of times, and persistently devote in her creation of aesthetic value reflecting her own artistic world.